내가 사는 이야기

기분 좋게 하는 사람, 기분 상하게 하는 사람들

智美 아줌마 2012. 11. 23. 22:25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도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분 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대중 교통을 자주 이용하다보면 그런 걸 더 느끼게 되는데
며칠 전 전철을 타고 가고 오면서 본 풍경이다.

승강장에서 전동차가 들어오기 기다리는데
옆문 출입구에 서있던 영감탱이 바닥에다 가래침을 퉤 뱉고는 발로 쓱쓱 문지른다.

뭐여? 요즘에도 저런 사람이 있는겨?
세계에서 제일 쾌적하고 좋은 지하철로 우리나라가 1위라고 하더니
저런 인간들이 떵물 끼얹는거네.
나이 먹을만큼 먹은 영감탱이가 우째 저런 몰상식인겨.
우 ~ 욱  속이 울렁거린다.

전동차가 와서 자리가 있어 앉아 가는데
옆 자리가 비니까 건너 편에 앉아있던 아짐마가 내 옆에 와 앉으며
"저 나쁜 넘,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눈치를 주니까
다리를 더 쫙 벌리고 앉네요." 한다.

그래서 보니까 덩치가 큼직하니 짱구 또래나 되려나 싶은 머스마가
비스듬하게 앉아 다리를 쫙 벌리고 앉아 있다.
에구 ~ 뉘 집 자식인지 그 부모 속 깨나 썩겠네.
우리 애들은 그렇지는 않게지만 제발 그러지 않기를 . . .
그렇게 와출 길이 언잖은 모습을 보며 가다가 환승을 하게 되었다.

전동차에 오르니 세살배기 정도 되는 아이를 옆에 눕혀 가고 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의 이런 행태를 자주 봐 오는지라
눈살 찌푸리게 하지만 빈자리가 있어 그냥 그 옆 자리에 앉았는데
"자기, 사람들 많이 타니까 자기가 일어나" 한다.
그 말에 아이 옆에 가방을 안고 앉아 있던 아이 아빠가 일어선다.

아, 감동 먹었다.
아이를 눕혀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이 아빠가 앉았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라는 말 . . .
요즘에 보기 드문 젊은 부부이였다.

뉘 집 자식인지 제대로 키웠네.
흐뭇한 마음에 앞서 기분 상했던 게 싸악 가셔진다.
복잡한 시간 대가 아니라 더러 빈자리가 나기도 하였지만
그 아이 아빠는 내내 서서 가고 있었다.

빈 자리에 가서 그냥 앉아 가도 될 것 같았는데
어느 정거장에서 사람들이 탈지 모르니
그냥 비워두고 서서 가는 모습을 보니
저 부부는 알콩달콩 잘 살 것 같고 저 아이도 저런 부모 밑에서 자라니
배려심 많고 사랑스런 아이로 잘 자랄 것 같다.

우리들도 우리 부모의 거울이였 듯이
우리도 내 자식들의 거울이지 않을까 싶다

2012년11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