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죽을 병 걸렸소" 할까봐
어디가 아파도 병원에 가기 싫다.
아니, 행여 "당신 죽을 병 걸렸소" 할까봐
무서워 못간다고나 할까? ㅎㅎㅎ
그러다보니 병을 키우게 되고
급해져야 병원을 찾곤 하는 나는 미련탱이다.
그래서 자칭 걸어다니는 종합 병원이라고 말을 하는
이 시대에 뒤떨어지게 사는 멍청이 . . .
요즘 점점 불안병이 걸려 우울해지고
왜 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도 하고
죽고 사는 건 다 팔자 소관이고 운명이지 하면서
비극적인 인생 스토리를 나에게 붙이고
뭐 비극의 주인공 같이 소설을 쓰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 살아야 한다. 왜?
나는 엄마니까
나는 소중하니까
나에게는 하고 싶은게 아직 많으니까
지금 죽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
살아야 되는 이유가 하나씩 늘어만 간다.
그냥 무료하게 집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마냥
비극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될까봐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종함 검진을 하고 돈을 들어도 이 검사 저 검사
좋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은 다 검사를 하니
역.시.나 . . .
50년 넘게 쓴 몸둥아리다보니
여기 저기 고장이 나 있다.
재검사 해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 더위 피해
피서 간다는 마음으로 입원해서 미심적은 곳은 다 검사를 하였더니
다행히 당장 죽을 병을 하나도 없네.
음하하하 . . .
의사 선생님 말대로 앞으로 즐거운 인생은 끝이라고
약(?)을 올리시지만
까지것 육십 가까이 살았으면 조금 살은 건 아니니까
앞서 간 젊은 인생들에 비하면
이만큼 산 것도 감사한 것이지.
그려그려, 굵게 짧게 사는거지, 욕심 부리지 말고 . . .
주어진 내 명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직 더 살 날이 남아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이렇게 병원에 가보면 될 걸
혼자 병을 키우고 혼자 진단하고 혼자 치료(?)하고 소설을 쓰고
주인공할 게 없어서 비극의 주인공을 만들고
아, 헛똑똑이 미련탱이 나 . . .
설마 나같은 미련탱이 있남?
있으면 나와 봐.
내가 병원 데려다줄 게. ㅎㅎㅎ
2012년8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