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아쉬움이 덜 남게
날씨는 점점 더워지니 봄도 이젠 다 가는구나 싶고
어버이날 엄니 보러 다녀오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편치 않고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그래, 가자. 동해 바다로 . . .
엄니, 아베도 보고 그 참에 설악산에도 다녀오자.
그래서 여기저기 정보 수집하러 다니면서 산행할 준비 하였다.
그렇게 갈 채비를 하고 나니 마음이 설레고
하루하루 날짜가 빨리 가길 기다려진다.
빨리 동해 바다로 go go go
새벽 5시, 집을 나서 첫 전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간다.
새벽 첫 버스나 첫 전철을 탈 때면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마음이 조심스러운데 일요일에 출발하게 되어 조금은 덜 하다.
늘 분주한 동서울 터미널
새벽 시간이지만 활기차다.
전에 좌석 많다고 예매하지 않고 갔더니 6시 첫 버스가 매진인 것을 보고 놀랐었다.
그렇게 첫 버스에 몸을 싣고 양양 낙산사로 간다.
엄니 가시고 해마다 찾은 낙산사 앞 바다
눈에 익은 풍경이다.
바닷가로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엄니가 좋아하시던 바나나 우유를 사서 들고 간다.
엉? 뭐여? 늘 가던 낙산사 의상대 아래 바닷가 쪽엘 들어가지 못하게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엄니와 만나던 장소가 출입금지!!
어쩌지?하는 수 없이 거북이 바위 쪽으로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그쪽으로 가니까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괜찮은 자리 한 군데가 비어 있다.
엄니와 내가 만날 수 있게 하느님이 자리를 만들어 놓으셨나 보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엄니와 아베를 위해 준비한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놓고
엄니가 좋아하셨던 단팥빵도 뜯어 놓고 엄니 아베를 불렀다.
그리고 카네이션 한 다발을 살짝 물 위에 던져 드렸다.
어버이날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늦었지만 엄니 아베 보러 왔다고
카네이션 꽃다발은 파도에 일렁이며
늘 만나던 의상대 쪽으로 흘러간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울컥 울음이 나오려 했지만 이내 삼키고 꾹꾹 참았다.
그리고 엄니한테 말했다
엄니, 그리 오래잖아 엄니한테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오래 사는 것도 싫고 그냥 애들 결혼이나 시키고 갈 수 있게
그 정도만이라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정도만 살 수 있게 해줘. 엄마 . . .
건강이 자꾸 안 좋아지다보니 늘 그런 생각이 들어
이렇게 다닐 수 있을 때 많은 곳을 여행 다니고 싶고
힘들어 지치고 약을 먹으며 다녀도
그나마 그렇게라도 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자 한다.
내 인생에 아쉬움이 덜 남게 . . .
2012년 5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