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인기가 좋구먼
어제 남원 터미널에서 순창으로 이동하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난로 앞에서 불을 쬐던 아자씨가
"여행 왔어요?" 한다.
"네 . . ."
"혼자 오신거예요?"
"네 . . ."
"저는 직업상 많이 돌아다녔고 여행을 좋아해서 가볼만한 여행지를 많이 아는 편입니다."
"네 . . ."
지금은 인테리어 쪽 일을 하지만 전에는 통신사 기지국 설치 일을 해서
전국 방방곡곡 많이 다녔어요." 하며 명함을 꺼내 준다.
"전 성남에 사는데 서울 올라오시면 연락하세요.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네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에 모시고 갈 수도 있으니까 꼭 연락 한번하세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얼레? 49살 용띠 총각이라네.
친구들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 보니까
혼자 사는게 편하겠다 생각하고 살다보니 결혼을 못하게 되었다고 . . .
그런데 얼마 전 팔을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보호자들이 와서 챙기는 것을 보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불편할 때
"아, 이래서 결혼을 하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더란다.
사기꾼같지는 않게 보이고 서글서글 순한 품성을 가진 것 같은데
속은 알 수 없는게 사람이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강천산을 가기 위해 순창으로 갔으나
찜질방이 없어 담양으로 가서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찜질방이 있다고 좋다했더니
워메 ~ 나 목욕탕, 탈의실에서 엄청 떨었다.
바닥은 냉골이라 홀바닥이 사람 발바닥 덕을 보려고 하고
탈의실에서 일하는 아짐마 옷을 다 입고 일을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가보니까 이젠 패딩 점버까지 입고 있다.
목욕온 사람들은 발가벗고 덜덜덜 . . .
우씨 ~ 추워죽겠다고들 하고 나도 춥다니까 되려 추워요? 하고 되묻는다.
그렇게 덜덜 떨다가 올라간 찜질방 . . .
컴을 하고 자려고 수면실 문을 여니까 찬기운이 쌩 ~
잠잘만한 다른 방들도 문을 여니까 찬기운이 쌩 ~
매점 아짐마한테 "방들이 이렇게 추워서 어떻게 자요?" 하니까
그럼 홀에서 주무세요. 한다.
여기 저기 TV 켜놓고 왔다갔다 떠드는데 어케 자라고 . . .
살다살다 목욕탕, 찜질방에서 덜덜 떨고 새우잠 자 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아, 그런데 아침에 세수하고 짐을 챙기려는데
오 마이 갓 ~
아이고 미쳐버리겠다.
집에서 나설 때 당요구르트를 챙겨왔는데 그동안 먹고 한개가 남았는데
어제 바래봉에서 얼었는지 캡 씌워놓은 부분이 터져서 베낭 안이 난리가 나있었다.
에구 ~ 진짜 가지가지도 한다.
우째 이번 여행은 이렇게 사건들이 많은겨.
1시간은 닦고 빨고 짐을 챙기다가 불현 듯 강천사 가는 차 시간이 생각났다.
얼른 수첩을 보니까 첫차가 8시 50분인데 깜박하고
부랴부랴 챙겨 터미널에 갔더니 아직 차가 출발 전이란다.
그런데 승차장 이정표에는 강천사가 표시된데가 없는거라
그래서 기사 아저씨들한데 물어보니 창구에 가서 물어보라 저 밑에 가서 물어보라 . . .
왔다갔다 하다보니 차시간이 넘어 버렸다.
난감해 있는데 어떤 아짐마 하는 말 . . .
"아짐마가 왔다갔다 물어보고 다닐 때 강천사 써있는 버스가 이 앞에 서있다가 그냥 가데요." 한다.
뭐여? 이 여자 누구 염장 지르나?
그럼 나한테 알려주든지 차 떠났다고 말을 말든지 누구 약올리는겨? 뭔겨?
그래서 40분을 기다렸다가 다음 차를 타고 강천사로 들어갔는데
담양 터미널에서 강천사 가는 버스 물어보고 다닐 때 본 어떤 스님과 보살 아짐마 . . .
그 분들도 강천산을 가는 길이였지만 중간에 일을 보고 가야되서 어떻게 될지 몰라
강천사 가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가자 말씀을 못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어케 알았을까?
다음 차편으로 강천사로 들어가 산행을 하는데
그 분들이 어느새 내 뒤에 따라 올라오시더니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걸려 그 보살님 강천사 가는 차 잘 타고 가셨는지 모르겠네. " 하셨단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시며 오셨는데 산에서 다시 나를 본 것이
한번의 인연이 더 있었나보다 하시면서
일부러 깃대봉 삼거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며 물을 끓인 커피에 도너츠까지 주셔서
요기하고 페이스가 다르니 앞서 가시고 나는 천천히 출발을 하였다.
그리고 커피 먹고있을 때 부부 동반 친구들인지 한무더기가 앞 서 갔는데
깃대봉에서 점심 식사를 하느라 잔뜩 차려 놓고 막 먹으려고 하다가
내가 지나가니까 식사 좀 하고 가라고해서 사양하고 가려니까
한 아짐마가 찰밥 한덩어리를 건내 준다.
아, 오늘은 우째 먹을 복이 있는 날인가?
아침에 난리 부르스를 쳤는데 . . .
그렇게 찰밥 한덩이 얻어 먹으면 발자국 따라 가는데
이정표에 왕자봉 200m 라고 되어있어 보고 또 앞 사람들 발자국 따라 걷다보니
200m가 왜 이렇게 긴지 . . .
가면서도 200m가 왜 이렇게 긴겨?
얼레? 이젠 마구마구 내려가네. 어디까지 내려가는겨?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가다보니 형제봉 삼거리, 낙상바위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 . .
낙상바위가 어디 있는겨? 하고 지도를 들여다보니
뭐여뭐여? 강천산 종주하는 길이였는데
그 길은 중간에 내려갈 수 없는 길이여서 죽으나 사나 종주를 해야 되는 길이였다.
맙소사 . . .
원래 계획은 형제봉에서 내려가려고 했으나
관리소에서 그 구간은 공사 중이라고 통제 중이니까 왕자봉으로 내려 오라고 했는데
형제봉 밑에까지 간 것이였다.
아이고 ~ 이 느림보 거북이가 30분을 헤매다 다시 왕자봉 200m 표지판 앞으로 가니
참나, 표지판 뒤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던 것이였다.
이 멍청이가 표지판을 보고도 왜 직진을 했냐고오 ~
아, 그런데 왕자봉 길이 가파르고 길이 안좋으니까 관리소 직원이 조심해서 내려오라고 하더니
나, 왕자봉 밑으로 내려오는데 무지 힘들었다.
좁은 골짜기 길에 가파르고 크고 작은 돌길이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닫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끝내 한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찌었다.
게다가 등산로 초입에 도착하니까 웬 영감탱이가
"일행 없이 싱글로 왔어요?" 한다.
"네 . . ."
"혼자 올라가기가 좀 그래서 누가 안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이 올라갑시다." 한다.
"아니요. 전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천천히 가서 동행하기 힘들어요." 하니
"아, 나도 그래요. 나도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갑니다." 하며 똑딱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위해 스틱을 챙기는데
한개를 잘 돌려 고정 시켰는데
하나가 하단부는 고정이 되고 상단부가 너무 조였는지 풀어지지가 않는다.
그 영감탱이 당신이 해주겠다며 돌리는데 어먼 것을 돌리더니 아예 쑥 잡아 뽑아 버리네.
"아저씨, 그렇게 다 뽑아버리면 안되요. 망가져요." 하니
"에이 ~ 괜찮아요. 내가 산악방까지 있는 사람이예요. @#$%^&* ~"
아, 그런데 잡아 뽑아 놓은 하단부 고정이 안되고 지맘대로 쑥 빠져 바닥에 나뒹군다.
미치겠다. 에효 ~
그래서 스틱도 한개만 가지고 산행을 하는데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스틱을 사용하기 전에는 되려 불편해서 싫다고 안가지고 다녔는데
스틱을 사용하다보니 양쪽으로 짚어야 훨 힘들이 덜 드는거라
그런데 왕자봉 내려갈 때 스틱 한쪽이 없는게 얼마나 아쉽던지 . . .
어찌되었든 산을 내려오고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생각보다 무섭지가 않았다.
나도 간이 점점 커지는겨? ㅎㅎㅎ
어떤 아자씨는 일행들은 건너오는데
자기는 고소 공포증있어서 못 건넌다며 되돌아 내려가 다리 밑으로 가겠단다.
구름다리에서 500m더 들어가면 구장군 폭포가 있는데
폭포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고 계시기에 인사를 하니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할머니와 전주에서 오셨다고 하신다.
"아, 그러세요? 저도 이곳 둘러보고 전주로 갈건데요." 하니
"전주에 볼 것 많아요. 내가 남원을 들리지 않으면 같이 가도 괜찮은데
남원에 볼 일을 보고 가야해서 같이 가자고 못하겠네요. " 하신다.
"아, 괜찮아요. 순창 나가서 타고 가면 되요." 하고 먼저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까 그 할아버지가
"순창 터미널까지는 데려다 줄 수 있는데 그렇게라도 할래요? 하신다.
"괜찮으시겠어요? 저야 감사하지만 . . ."
할아버지 내외분 덕에 편히 순창 터미널로 와서 전주로 오게 되었다.
오늘은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많았던 하루였다.
2012년 2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