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도 엄마랑 여행가고 싶다
智美 아줌마
2011. 1. 14. 22:36
오늘 무심코 켜놓은 텔레비젼에서
"엄마와 2박3일" 여행을 간다는 프로가 방송하고 있었다.
언제 이런 프로가 있었나?
1월8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35분 새로 방송하는 프로로
지난 토요일에 방송했던 첫회 재방송이였다.
친정엄마와 시집간 딸과의 여행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컴에 앉아 있으면서 자꾸 시선이 텔레비젼으로 꽂힌다.
나도 엄마랑 여행가고싶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고
순간 가슴이 저려와 울컥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도 엄마랑 여행가고 싶다.
자라면서 소망이 있었다.
내가 울엄마 모시고 여행 다니는 것 . . .
갑짜기 일어난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서른아홉 청상 과부가 된 울 엄마 . . .
그 충격으로 시력마저 희미해져 평생을 산뜻하게 세상을 못보시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눈이 점점 더 안 보이시기 전에 모시고 다니면서 세상 구경을 해드리고싶었는데
내 인생은 그런 소망을 이루게 하지는 않았다.
많은 시집 식구들의 치다꺼리에 친정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남편으로인해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생활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았다.
겁쟁이에다 기계치라 운전 면허를 따려고 몇번을 시도하다 포기 . . .
이 무능력함에 더 소망은 저만치 멀어지게 되었고 . . .
살면서 늘 마음 한켠엔 엄마 모시고 여행을 가야되는데 . . .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한테 친정엄마 모시고 여행가고싶다는 말을 두번인가 했는데
선뜻 엄마 모시고 가자는 말을 하지 않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
서운한건 시어머니는 일년에 몇번씩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모시고 다니고
심지어 명절에 친정은 안가도 시어머니 바람 쐬드린다고 모시고 동해안으로 어디로
돌고 온다는 것이다.
자기 부모가 소중하면 내부모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같이 해드려야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내 남편도 그런 사람이였다.
그런 경우에 다른 사람들은 대개가 부부싸움을 하고 다투곤 하지만
난 성격상 자존심이 상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따지지도 않고 살았다.
그런 서운함들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병이 되어 마음 고생을 하였지만
지금의 자유로움을 얻었다고나 할까
아님 젊은 날에 내마음 아프게 한 댓가로 지금 남편을 외롭게하고 있으니
웬수 갚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이러니하게 나를 많이 사랑했다는 남편 . . .
그렇게 내 소망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았고 그러다 울 엄마는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나도 엄마랑 여행가고 싶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엄마와 딸이 부럽다.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보고싶다.
보고싶은데 볼 수가 없어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
2011년 1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