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생일의 추억
智美 아줌마
2010. 9. 6. 22:21
오늘이 내 생일 . . .
살면서 나는 생일이 없는 아이라고 스스로 외면하며 살았다.
아빠, 아버지, 나의 아베 . . .
열두번째 생일날이였다.
학교 수업 마치고 졸랑졸랑 집에 오니까
부엌에 맛난 음식들이 가득하였다.
"엄마 ~ 오늘 무슨 날이야?"
신이나서 대청마루에 앉아 옷손질을 하고 계신 엄니한테 소리쳤다.
"오늘이 너 귀빠진 날인데 몰랐어?" 하신다.
"아, 내 생일이였어? 엄마."
"아빠가 너 생일이라고 점심 때 고기하고 과일 사다주시며
맛있는 것 많이 해주라고 하셨어."
여느 생일 날도 챙겨 주셨지만 열두살 생일은 더 잊을 수가 없다
"와 ~ 아빠가 . . . 엄마, 나 이것 먹어도 돼?"
그렇게 열두살 생일은 행복이 넘쳤었다.
그러다 이듬해 초여름 울 아빠는 회사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사고 현장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고 걸어나오시던 울 아빠 . . .
회사 사택에서 살았던 나는 사고 현장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고
그런 아빠를 보며 울 아빠 살려달라고 얼마나 울부짖었던가.
살면서 세월이 가도 희미해지지 않고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빠의 마지막 모습 . . .
엄하면서도 정이 많아 다정다감하셨던 아빠 . . .
나를 미대 보내 훌륭한 화가로 키우시겠다던 을 아빠 . . .
말괄량이 둘쨋 딸 마지막 생일이 될줄 아시고 그렇게 챙겨 주셨나보다.
그 후로 사춘기를 접어들면서 난 스스로 생일날을 꼽지 않으려고 했고
주변에서나 친구들이 생일을 기억하고 챙기려하면
"야, 내 생일 지나갔는데 이제와서 뭔 생일이야."
"어, 너 생일 음력 7월28일이잖아."
"맞아, 맞아. 너 생일 맞잖아?"
"내 생일이 무슨 7월28일이야. 18일이지 . . ." 억지를 쓰고
다음 해 7월18일이 되어 내 생일이라고 축하한다고하면
"너희들은 내 생일도 모르니? 오늘이 어떻게 내 생일이야."하며 심통을 부렸었다.
그렇게 억지를 쓰며 생일을 기억하고싶지 않았다.
아빠와 함께한 마지막 열두살 생일날이 잊혀질까봐서 . . .
그러다 나이들어 결혼을 하고
울 엄니는 해마다 내 생일날이면 케익 하나 사들고 먼길 찾아 오셨었다.
당신 혼자 서울 나들이 하실 수 있을 때까지 . . .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시력이 약해지셔서 혼자 다니시기 버거워
마음만 안타까워 아침 일찍 축하 전화하시곤 하셨는데
그나마 그렇게 엄니의 축하 전화도 이젠 받을 수가 없다.
그렇게 자꾸 내 생일을 챙기지 않아서인지
생일이 되어도 그냥 생일날을 지우고 싶을 때가 많았고
가족들이 기억을 못해줘도 내 생일 타령을 안 하고 살았다.
별로 서운하지도 않았고 챙기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하니 불편하였으니까.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울 엄니, 아베의 은덕인데
두분 안 계신 지금 내 생일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싶다.
열세살 후로 불러보지못한 "아빠" . . .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 아직도 친정 작은아버지를 작은아빠라고 부르고
그런 내 마음을 헤아리시는지 친정 식구들 버릇없다 나무라지 않으시니
아직도 철없는 말괄량이 둘쨋 딸인가보다
이 순간 울 엄니, 아베 손 한번 잡아봤으면 . . .
단 1초라도 볼 수 있었으면 . . .
너무너무 보고싶은 울 엄니, 아베 . . .
엄마 ~
아빠 ~
보고싶데이 ~
2010년 9월6일